나만의 색깔
욕망의 누더기를 벗어버리고
훨훨 날듯이 가볍게 살아가는 사람.
삶과 죽음으로부터 초월하여
편안한 곳에서 머물며
맑고 푸르기가 호수 같은 사람,
그에게는 무한히 솟구치는 예지가 있어
이 세상의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다.
숫타니파타
나만의 색깔은 무엇인지 내게 물어봅니다.
퍼뜩 색깔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색이 나만의 독선의 색이 아니길 바랍니다.
너와 나를 분별하는 색이 아니길 희망합니다.
나의 색은 하늘처럼 넓고, 바다처럼 깊고, 땅처럼 자유롭기를 희망합니다.
모두가 깃들고 모두가 위안을 얻는 색이기를 기원합니다.
그 색은 어쩌면 색으로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색을 지니면 이미 그것은 분별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 색은 색이 없기에 모든 색을 수용할 수 있고,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기에 형상 또한 없을 것입니다.
그 색은 다만 느낌으로만 다가올 뿐입니다.
모두가 기뻐하고 모두가 편안해하는 그 느낌이 마음의 색입니다.
그러나 나만의 마음의 색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때론 편안하고 때론 불편한 나는 아직 색을 지니고 있지 못합니다.
색은 한결같은 느낌으로 다가서야 합니다.
부처님의 색이 그러했듯,
간디의 색이 그러했듯,
한결같을 때 존재의 색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입니다.
편안하고 자비롭고 그리고 모두가 깃들고 싶은
존재의 색은 수행의 깊이에 따라 점점 선명하게 그려질 것입니다.
성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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