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낮추세요

  키를 낮추세요
열심히 관찰하고 배워서 등불을 밝히고
스스로 단련하여 마음의 지혜를 구하여
온갖 더러움을 떠나 물들지말고
등불을 잡고 도의 경지를 자세히 보라.

법구경

백두산을 오르는길,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눈에 다가서던 고산화의 그 안쓰러운 몸짓들,
꽃들은 땅에  바짝 키를 대고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허리 꺽이지 않고 그나마 흔들릴 수 있는 것은 작은 키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키가 컸다면 꽃들은 허리가 꺽이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꽃들은 생존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키를 돋우지 마라. 바람이 불면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흔들려라"
꽃들은 작은 키로 흔들리는 그 순간에도 
생존의 기쁨을 만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꽃들은 내일 또 다시 바람에 즐겁게 흔들릴 것입니다.

우리들 사는 세상에도 바람은 언제나 불고 있습니다.
백두산의 바람보다도 더 세게 불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헛된 욕망을 키우고 겸손을 잃은 무지를 자랑하며 살 일은 아닙니다.

사바에 부는 바람은 언젠가는 부질없는 욕망과 거만을 
모두 날려버릴 것입니다.
살아 있으므로 충분히 기쁜 오늘을 맞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 행복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키를 낮추어야 합니다.
욕망과 거만의 키를 낮추고 겸손과 섬김,
그리고
사랑이라는 보배를 건져 올리십시오.

惺全